카페에서 이것저것 할일을 하다가 갑자기 받게된 전화 한통
'ai 교육원입니다. SW중심대학 공동해커톤 참가자로 선정되셔서 연락드렸어요.'
얼떨떨하고 기쁜 순간이었다!
사실 해커톤에 참여하기 전에 내적으로 힘이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졸업을 반년 앞두고 할 건 너무 많아보이고, 마음은 급하고.
무언가 힘을 내서 할 에너지가 스스로 많이 떨어졌다고 느꼈다.
그래서 더더욱 걱정이 됐다.
이 해커톤은 내가 처음 나가보는 해커톤이고, 무려 무박 3일인데 잘 버티고 민폐를 안 끼칠 수 있을 지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이 대회에서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결과를 받는다면
내가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그러다 해커톤 당일이 가까워지고, 결국 잠을 별로 못 잔 상태로 캐리어를 끌고 아침 일찍 용산역으로 향했다.
KTX 를 타고 갔는데 열차 안에서 푹 졸다가 못 내릴뻔 했다.
급하게 천안아산역에 내린 후 얼마 안 있어서 열차 문이 닫혔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혼자 덩그러니 서서 졸린 정신을 깼다.
내 상황이 스스로 어이가 없지만, 어쩌면 이번 대회에서 나쁜일을 미리 액땜한 거 아닐까 라는 생각도 혼자하면서 속으로 피식했던 것 같다.
아무튼 어찌저찌 같은 학교 친구를 만나 셔틀을 타고 재능교육연수원으로 갔다.
도착하니 물병과 담요, 그리고 목에 걸 이름표를 기념품으로 주셨다.
(둘 다 안 쓸줄 알았는데 나중에 정말 잘썼다)
정신없이 대강당에 가서 개회식을 하고, 아이디어를 준비해오신 참가자분들의 발표를 들었다.
여기서 듣는 아이디어 발표를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체육관에 가서 그 아이디어 발표자한테 직접 가서 '나 여기 팀에 참여하고 싶어요!' 라고 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노트북을 켜두고 어느 팀에 들어가는게 좋을지 발표를 들으며 내내 고민했다.
나한테 있어서 기준은 두 가지였다.
첫번째, 내가 끌리는 아이디어인지.
해커톤이니만큼 완성도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들었을 때 납득이 가고, 뻔하지 않은 주제의 프로젝트로 가고싶었다.
그래야 내가 3일동안 재밌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두번째, 웹 프로젝트가 가능하면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2명 이상 구하는 곳!
나는 해커톤 참여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얼마전 졸업프로젝트를 했을 때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나 혼자였기 때문에
내가 못하면 프로젝트가 끝난다..! 와 같은 부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해커톤에서만큼은 처음이니만큼 그런 부담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관심있는 프로젝트에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몇 명 모집하는지 하나하나 살펴봤다.)
그렇게 정리하면서 발표를 듣던 도중에 어떤 참가자분이 아이디어 발표를 하셨다.
'손 기능 장애를 위한 재활 게임'
확 끌렸다. 저거다 싶어 발표가 끝나고 체육관으로 가자마자 그 아이디어를 발표하신 분을 열심히 찾았다.
내가 보기엔 너무 좋은 주제였기에, 이미 팀원이 다 찼을지도 모른다는 조급함을 가지고 찾았던 것 같다.
빠른 발걸음으로 혼자 돌아다니다가 내가 찾던 프로젝트 팀장님을 딱 발견했을 때 굉장히 반가웠다.
슬쩍 다가가서 팀장님의 설명을 듣다가 어떡하지 고민하면서 떠나지 못하고 그 앞에서 서성이다가
다른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오시길래 마음이 급해져서 그냥 바로 팀장님께 말씀드렸다.
'저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참여하고 싶어요!'
그 후로 주변 몇명이 오셔서 본인들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셨다.
덕분에 제법 일찍 팀을 꾸리고 바로 자리에 가서 앉았다.
처음보는 얼굴들, 이름도 잘 알지 못한 채 처음엔 어색하게 앉아있다가
어찌보면 뻔하지만 귀엽고 대학생스럽게 MBTI 같은 얘기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고..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개발 회의로 넘어가고, 해커톤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위 사진은 내가 잠깐씩 씻고 쉬었던 숙소와
체육관의 우리팀 테이블!
둘째날 밤에 한 팀당 치킨 한마리씩 사주셔서 맛있게 먹고 다시 개발하러갔었다.
그리고 중간에 사진 이벤트도 있어서 팀마다 개성있는 팀사진을 하나씩 찍어야 했다.
다른 팀에게 질 수 없어서 고안해낸 포즈다🔥
개발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중간에 사실 기능에 대해서 개발하면서 다같이 붕 뜬 상황이 있었다.
생각보다 우리가 원하는 기능이 모두 프론트에서 구현을 해야한다고 해서 당장 프론트 개발을 나 혼자 해야할수도 있는 상황도 마주했고,
나는 React 라이브러리를 사용할 생각으로 참여했는데 같은 팀원분과 사용할 스택을 조율하다보니 내가 생각해왔던 스택을 쓰지 못하게 된 부분도 있었다. (모든게 생각대로 될 수는 없지..!)
특히 첫번째 이유가 나한테 크게 다가왔기 때문에 첫째날 잠깐 쉬러 숙소에 갔을 때 머릿속이 복잡하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하지 하는 생각 때문에 쉬는 느낌이 안났다(집에 가야하나 생각도 했..).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는데, 회의를 나눈 얘기에 따르면 내가 다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둘째날에 다시 만나서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할일을 다시 배분하다보니
AI 파트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하고, 웹 프론트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따로 정하니까 이제야 방향이 잡히는 듯 했다.
나도 그 때부터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알겠어서 빠르게 진행했던 것 같다.
첫번째 밤에는 그렇게 잠깐 눈을 붙였기 때문에 두번째 밤에는 밤을 샜다.
다른 팀원들도 거의 다 밤을 새셨다. 덕분에 계속 열정을 가지고 같이 할 수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해커톤 내내 우리를 괴롭혔던 하나 문제가 있었다면 체육관의 와이파이 상황이 안좋았다는 것이다.
뭘 검색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고, 자료 찾기, 팀원들과 자료와 코드를 공유할 수단도 도저히 마련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팀원들 몇명이랑 대강당으로 노트북을 들고가서, 대강당 맨 뒤에 콘센트를 사용하며 바닥에 앉아 개발을 했다.
허리와 엉덩이는 아팠지만 와이파이가 잘되니 이제야 개발 할 맛이 났다.
그렇게 밤을 새고 발표시간이 가까워지자 당장 마무리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기로 했다.
원래는 3개의 게임 서비스를 생각했었지만 일단은 구현한 2가지만 넣기로했다.
시연영상을 찍다보니 금방 최종발표 시간이 됐다.
시연영상을 발표할 때 보여줬어야 했는데, 우리팀 뿐만 아니라 이 시연영상을 트는데 이슈가 있는 경우가 좀 있었다.
근데 발표시간은 너무나 짧았다.(이유가 이해는 간다. 50팀이 넘기도 했고 4분씩만 해도 200분...)
그래서 발표를 하다가 끝까지 못하고 내려온 팀이 거의 반은 되었던 것 같다.
우리 팀 또한 그랬다.
하지만 심사기준을 살펴보니 발표점수는 없기도 했고, 다행히 발표시간 이후에 시연영상을 계속 틀어줬기 때문에 우리가 준비했던 영상들은 모두 보여줄 수 있었으며,
심사위원님이 추가 질문을 해주신 덕분에 우리가 발표 때 못 얘기했던 부분을 추가로 설명할 수 있었다(정말 감사했다..!)
아무튼 결과를 앞두고 해커톤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다같이 먹으면서
계속 반은 기대, 반은 기대를 접었던 것 같다.
그래도 우리끼리 저녁 기다리면서 '혹시 모른다. 상 받을 수도 있으니까 수상소감이나 준비해두자.' 하면서 서로 농담했던 것 같다.
시상식 시간이 되고..! 후원기업상부터 우수상까지 결과가 계속 차근차근 발표됐다.
사실 우수상 까지 발표되고 나서부터는 대상, 최우수상만 남았기에 체념하고있었다.
지금까지 발표된 팀만 하더라도 다들 완성도가 너무 좋았다.
그러면서도 옆자리 팀원친구한테
'하.. 솔직히 다른팀 너무 부러워.. 우리팀 주제 너무 좋은데.. 우리도 상받으면 좋겠다'
라고 내내 중얼거렸던 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최우수상 발표 때 우리팀이 불렸다!
다같이 엄청 기뻐하면서 무대로 뛰어올라갔다. 그렇게 다들 열심히 1인분 이상씩 하더니 한 건 해냈구나 싶었다.
무대에 올라가서 사진도 찍고,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서도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꿈만 같고 어안이 벙벙했던 것 같다!
근데 기쁨도 잠시 시상식이 끝나가면서 슬랙으로 공지가 올라왔다.
천안아산역으로 가는 셔틀을 타야하는 학생들은 지금 나오라는 공지였다.
나는 네트워킹 파티 신청을 하지 않았기에 바로 셔틀을 타고 떠나야했다.
짐을 챙기고 부랴부랴 나오자마자 급하게 팀원들이랑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수고했다고 인사하며 바로 헤어져야했다.
기쁨을 다같이 더 누릴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집에 오는 길에 단톡방에서 서로 너무 수고했다고 얘기나눴으니 괜찮았다.
첫 해커톤 경험이니만큼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팀원들도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만 있었고
좋은 성적도 낼 수 있어서 기뻤다.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하면 되는 구나! 라는 걸 다시한번 알게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음 2024 SW 중심대학 공동해커톤을 참여하는 참가자들도 나처럼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가셨으면 좋겠다.
우리 5팀 핸드커넥션 완전 수고했어요~! ✊
그리고 결과에 상관없이... 이번 해커톤 참여자들과 바로 옆에서 서로 고생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모든 참여자 분들 정말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고싶다.